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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변영근 작가
30대 후반의 남자가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 계약을 할 때 60대 후반의 집주인은 자신의 딸 이야기를 했다. “우리 딸도 내년에 결혼하는데, 이 근방에서 약국 해요.” 남자는 아버지 또래로 보이는 집주인의 말에 친밀감을 느꼈다.
내년에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둔 남자는 K시로 직장을 옮기게 됐고 1년짜리 전세를 찾았다. 전세금 1억8000만 원짜리 신축 오피스텔에는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 흔한 경우였다. 남자는 공원이 펼쳐진 원룸의 전망이 마음에 들었다. 전세금을 넣으면 바로 근저당을 말소하는 것이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었다. 부동산 투자 같은 데는 관련 내용 바다신2설치 자료 까막눈이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전세금 반환 보증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상식은 남자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넉 달이 지나 보험 가입을 알아보다가 집주인이 근저당을 말소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집주인은 남자의 전세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사이 관련 내용 바다이야기릴플레이2 땅이 팔릴 줄 알았는데 거래가 꼬였다고, 땅 거래만 성사되면 곧 목돈이 생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기에 진작 점검했어야지.”
사연을 들은 여자는 남자를 책망하는 투로 말했다. 돌려받아야 할 전세금은 여자와 합쳐서 들어갈 신혼집 전세금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자가 더 일찍 점검했다고 한들 전세금이 집 골드몽플레이 주인의 계좌에 입금되자마자 다른 곳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석 달만 더 시간을 주실 수 없을까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쩔쩔매며 말했다. 부동산 거래가 이렇게나 얼어붙을 줄 몰랐다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목돈이 들어 관련 내용 릴플레이 페이지 올 때까지 달마다 은행 이자율보다 더 높게 이자도 준다고 했다. 따져 묻는 것은 주로 여자였고, 남자는 집주인에게 꼭 약속을 지켜달라며 끝까지 공손했다. 두 사람은 예정된 결혼식을 미룰 수 없었고, 신혼집 이사를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알콩달콩 좋지, 뭐.”
남자는 애써 낙천적으로 말했다. 원룸은 남자 혼자 살기엔 충분 관련 내용 골드몽플레이 했지만 둘이 살기엔 비좁았다. 건조대를 펼쳐 빨래를 널면 이동할 공간이 없었다. 친지들의 집들이도 미루고 신혼 가전을 선물하겠다는 호의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말처럼 신혼집은 어딘지 물었다. 부부가 상황을 설명하자 자신들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저마다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저도 당하기 전에는 남 일인 줄만 알았어요. 돈 없다더니 신고하니까 바로 주던데요.”
여자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았고, 남자는 지나치게 걱정이 없었다. 3박 4일 신혼여행으로 떠난 유후인 온천에서 몸을 지지면서도 여자는 불안했다. “자기는 사람을 쉽게 믿으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난 사람 안 믿어.” 여자의 책망하는 말투에 남자는 발끈했다. “사람을 믿지 않는 게 자랑은 아니잖아?”
여자는 ‘전세 사기’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의 수많은 뉴스와 글들을 읽은 뒤 극도로 불안해했다. “그냥 법대로 하자.” 여자는 선언했다. 그러나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법이 허술하다는 것을 재점검할 뿐이었다. 투자 실패로 간주하기 영향으로 사기죄가 성립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여자는 남자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집주인 개인과 계약한 게 아니라 부부로 된 법인이라고 했다. 법인의 경우 파산하면 돈을 돌려받을 방식이 없었다. 여자도 남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여자는 이 남자를 믿고 살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도망가면? 자기는 정말 뉴스도 안 보고 사나 봐.” 여자는 날카로워졌다.
“자기야, 뉴스를 너무 많이 보면 불안이 높아진대. 연락도 잘 받고 이자도 꼬박꼬박 주고 있고. 아직 우리가 사기당한 건 아니잖아. 설마 아저씨가 그러겠어?” 남자가 여자를 달랬다.
“당한 뒤엔 늦는다고!”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과 너무도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 남자는 세상에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 없구나.’ 이건 마치 테스트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어디 이렇게 다른 사람하고 살 수 있겠어?’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는 세상의 흔한 말들이 사실은 어떤 비밀을 감추려고 둘러대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실이었구나. 두 사람은 요즘 트렌드대로 결혼하고 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미루는 중이었다.
예의 바르고 착한 남자라서 결혼했는데, 이 사태를 겪어보니 착한 성격은 무른 것으로 보였고, 어른에게 공손하고 평화를 좋아하는 성격은 문제 해결 능력 부족처럼 보였다.
약속한 삼 개월이 지났고, 이번에는 집주인이 곧 거래될 거라며 두 달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선 5000만 원이라도 달라는 여자의 말에 집주인은 고개를 조아렸다. 돈이 부동산에 전부 묶인 데다 딸의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있어 사정이 힘들다고 했다. “이번에 결혼하는 따님이 신혼집도 못 들어가고 저희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자가 소리쳤다.
집주인 앞에서 끝까지 점잖게 구는 남자 때문에, 여자는 자신이 노인을 협박하는 악독한 빚쟁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60대 중년 둘이 5천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투자한답시고 젊은이들 인생을 볼모로 뭐 하는 짓이냐. 절대로 저렇게 나이 들지는 말아야지. 정말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이 근방 약국 어디랬어? 다 뒤져서라도 그 딸 찾아서 따지고 싶어. 약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남자는 쩔쩔매는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했다. “딸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겠지.”
“왜 자기는 자꾸 사기꾼을 이해하려고 해? 정말 도망이라도 가고 당해 봐야지 정신을 차릴 거야?” 이제 여자는 집주인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했다.
집주인을 만나고 원룸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언성이 높아지고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다.
“왜 우리가 신혼에 이렇게 빚쟁이 노릇을 하고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줄 돈이 없는 거야. 이 와중에 자기들은 결혼식을 한다고? 정말 찾아가서 깽판 치고 싶어.”
여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만큼 악독하지도 못했다. 잠들기 전 불 꺼진 침대에서 여자는 중얼거렸다. “딸한테 연대보증이라도 요구해야 해. 막말로 그 인간들 갑자기 사고로 죽으면 우리 그 가족한테도 못 받는 거야.”
“그런 나쁜 말 하지 마.”
두 사람은 최악의 상황, 전세금도 못 돌려받고 원룸에서도 쫓겨나는 일을 상상했다. 신용내용회사에서 채권추심 상담을 받고 전세 사기 법률 자문 상담을 받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수화기 너머의 변호사는 냉담하게 말했다. “저라면 사기꾼들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이제 여자는 사기죄가 성립되건 안 되건 신고와 고소를 하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반면 남자는 신고를 하면 오히려 파산해 버릴까 봐 두려웠다. 집주인은 그때까지도 달마다 이자를 주고 전화도 받고 문자도 꼬박꼬박 답이 왔다. 다만 원금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도돌이표처럼 돌아올 뿐이었다.
약속했던 두 달이 지나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자와 남자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 남자는 자신이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채무자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정말로 배를 째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구나.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부부는 집주인을 고소했다.
고소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원금을 돌려받았다. 허탈했다. 딸에게 손을 벌렸는지 어떻게 돈을 구했는지 부부는 알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법인 파산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사 가는 날 부부는 텅 빈 원룸을 둘러봤다. 2년 가까이 두 사람이 울기도 웃기도 한 공간이었다. 떠나는 날 가래침을 뱉어주겠다던 마음도 사라졌다. 두 사람은 코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드디어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방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며 남자가 전세 매물을 알아보자, 여자는 학을 뗐다.
“그 일을 겪고도 전세를 또 들어가겠다고? 전세라는 게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잖아.”
“그럼 매달 100만 원 넘는 월세를 내고 살자는 거야?”
불안과 불행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파■ 작가의 말
“부동산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저출생과 같은 문제를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라고 볼 수 있는 편입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전세 사기를 당하며 우여곡절을 겪는 소설, ‘불안’을 쓴 정대건(39·사진) 작가는 사실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었다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인들의 비슷한 경험이 이어지며 이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어떻게 불안과 불행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저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럽기도 하고요.” 국내 전세 사기 누적 피해자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전세 보증 사고는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상식뿐만 아니라 법의 작동 체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자조와 충격을 안겼다. 정 작가는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제도적인 문제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2020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아이 틴더 유’ ‘급류’ 등을 썼으며,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를 연출하는 등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박동미 기자
30대 후반의 남자가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 계약을 할 때 60대 후반의 집주인은 자신의 딸 이야기를 했다. “우리 딸도 내년에 결혼하는데, 이 근방에서 약국 해요.” 남자는 아버지 또래로 보이는 집주인의 말에 친밀감을 느꼈다.
내년에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둔 남자는 K시로 직장을 옮기게 됐고 1년짜리 전세를 찾았다. 전세금 1억8000만 원짜리 신축 오피스텔에는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 흔한 경우였다. 남자는 공원이 펼쳐진 원룸의 전망이 마음에 들었다. 전세금을 넣으면 바로 근저당을 말소하는 것이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었다. 부동산 투자 같은 데는 관련 내용 바다신2설치 자료 까막눈이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전세금 반환 보증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상식은 남자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넉 달이 지나 보험 가입을 알아보다가 집주인이 근저당을 말소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집주인은 남자의 전세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사이 관련 내용 바다이야기릴플레이2 땅이 팔릴 줄 알았는데 거래가 꼬였다고, 땅 거래만 성사되면 곧 목돈이 생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기에 진작 점검했어야지.”
사연을 들은 여자는 남자를 책망하는 투로 말했다. 돌려받아야 할 전세금은 여자와 합쳐서 들어갈 신혼집 전세금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자가 더 일찍 점검했다고 한들 전세금이 집 골드몽플레이 주인의 계좌에 입금되자마자 다른 곳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석 달만 더 시간을 주실 수 없을까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쩔쩔매며 말했다. 부동산 거래가 이렇게나 얼어붙을 줄 몰랐다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목돈이 들어 관련 내용 릴플레이 페이지 올 때까지 달마다 은행 이자율보다 더 높게 이자도 준다고 했다. 따져 묻는 것은 주로 여자였고, 남자는 집주인에게 꼭 약속을 지켜달라며 끝까지 공손했다. 두 사람은 예정된 결혼식을 미룰 수 없었고, 신혼집 이사를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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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여자는 남자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집주인 개인과 계약한 게 아니라 부부로 된 법인이라고 했다. 법인의 경우 파산하면 돈을 돌려받을 방식이 없었다. 여자도 남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여자는 이 남자를 믿고 살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도망가면? 자기는 정말 뉴스도 안 보고 사나 봐.” 여자는 날카로워졌다.
“자기야, 뉴스를 너무 많이 보면 불안이 높아진대. 연락도 잘 받고 이자도 꼬박꼬박 주고 있고. 아직 우리가 사기당한 건 아니잖아. 설마 아저씨가 그러겠어?” 남자가 여자를 달랬다.
“당한 뒤엔 늦는다고!”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과 너무도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 남자는 세상에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 없구나.’ 이건 마치 테스트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어디 이렇게 다른 사람하고 살 수 있겠어?’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는 세상의 흔한 말들이 사실은 어떤 비밀을 감추려고 둘러대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실이었구나. 두 사람은 요즘 트렌드대로 결혼하고 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미루는 중이었다.
예의 바르고 착한 남자라서 결혼했는데, 이 사태를 겪어보니 착한 성격은 무른 것으로 보였고, 어른에게 공손하고 평화를 좋아하는 성격은 문제 해결 능력 부족처럼 보였다.
약속한 삼 개월이 지났고, 이번에는 집주인이 곧 거래될 거라며 두 달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선 5000만 원이라도 달라는 여자의 말에 집주인은 고개를 조아렸다. 돈이 부동산에 전부 묶인 데다 딸의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있어 사정이 힘들다고 했다. “이번에 결혼하는 따님이 신혼집도 못 들어가고 저희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자가 소리쳤다.
집주인 앞에서 끝까지 점잖게 구는 남자 때문에, 여자는 자신이 노인을 협박하는 악독한 빚쟁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60대 중년 둘이 5천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투자한답시고 젊은이들 인생을 볼모로 뭐 하는 짓이냐. 절대로 저렇게 나이 들지는 말아야지. 정말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이 근방 약국 어디랬어? 다 뒤져서라도 그 딸 찾아서 따지고 싶어. 약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남자는 쩔쩔매는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했다. “딸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겠지.”
“왜 자기는 자꾸 사기꾼을 이해하려고 해? 정말 도망이라도 가고 당해 봐야지 정신을 차릴 거야?” 이제 여자는 집주인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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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신혼에 이렇게 빚쟁이 노릇을 하고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줄 돈이 없는 거야. 이 와중에 자기들은 결혼식을 한다고? 정말 찾아가서 깽판 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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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쁜 말 하지 마.”
두 사람은 최악의 상황, 전세금도 못 돌려받고 원룸에서도 쫓겨나는 일을 상상했다. 신용내용회사에서 채권추심 상담을 받고 전세 사기 법률 자문 상담을 받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수화기 너머의 변호사는 냉담하게 말했다. “저라면 사기꾼들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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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던 두 달이 지나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자와 남자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 남자는 자신이 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채무자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정말로 배를 째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구나.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부부는 집주인을 고소했다.
고소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원금을 돌려받았다. 허탈했다. 딸에게 손을 벌렸는지 어떻게 돈을 구했는지 부부는 알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법인 파산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사 가는 날 부부는 텅 빈 원룸을 둘러봤다. 2년 가까이 두 사람이 울기도 웃기도 한 공간이었다. 떠나는 날 가래침을 뱉어주겠다던 마음도 사라졌다. 두 사람은 코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드디어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방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며 남자가 전세 매물을 알아보자, 여자는 학을 뗐다.
“그 일을 겪고도 전세를 또 들어가겠다고? 전세라는 게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잖아.”
“그럼 매달 100만 원 넘는 월세를 내고 살자는 거야?”
불안과 불행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파■ 작가의 말
“부동산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저출생과 같은 문제를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라고 볼 수 있는 편입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전세 사기를 당하며 우여곡절을 겪는 소설, ‘불안’을 쓴 정대건(39·사진) 작가는 사실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었다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인들의 비슷한 경험이 이어지며 이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어떻게 불안과 불행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저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럽기도 하고요.” 국내 전세 사기 누적 피해자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전세 보증 사고는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상식뿐만 아니라 법의 작동 체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자조와 충격을 안겼다. 정 작가는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제도적인 문제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2020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아이 틴더 유’ ‘급류’ 등을 썼으며,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를 연출하는 등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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